산행이야기

[스크랩] 청량산 산행 후기

범주 2006. 10. 27. 22:17

일자 : 2006년 10월 22일

위치 : 경북 봉화군 명호면

높이 : 870.4m

코스 : 입석-산꾼의집-김생굴-자소봉-탁필봉-연적봉-뒤실고개-자란봉-의상봉(정상)


 

 

태초에 하나님이 하늘을 창조하시고 땅을 창조하시면서 에덴동산이라는 기가 막힌 별천지를 만들어 놓으셨다.

그 땅에 살던 아담과 이브라는 천덕꾸러기들의 철딱서니 없는 호기심으로 에덴의 동산이 사라진 이래 지구상엔 영원히 별천지는 없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에덴의 동산을 하나만 만드는 우매한 신이 아니었나보다.

이번에 다녀온 봉화 청량산이 에덴의 동산에 버금가는 무릉도원이었던 것이다.


 

 

민박집에서 청량산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으로 뒷쪽으로 6.6봉 중에 몇 개의 봉우리가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경북 봉화군의 청량산(870m)은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그 기이한 경관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산으로 맑을 청자에 서늘할 량 자를 쓴 이름에서만도 충분히 맑은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청량산은 옛 기록에서 이르되 6.6봉(12봉)8대3굴을 가진 바위산이다.

이산의 중심에 앉은 청량 사에서 두루 뵈는 9개 봉우리(의상봉.선삭봉.자란봉.자소봉.탁필봉.연적봉.연화봉.경일봉.금탑봉)와 그 바깥쪽3개 봉우리(축융봉.향로봉.외의상봉)를 합해 12봉을 사람들은 6.6봉이라 부른다.


청량산 도림공원 입구에 옛 선인인 퇴계의 청량산가 시비가 있으며 퇴계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무척 아낀듯하다.


淸凉山(청량산) 육륙봉(六六峰)을 아나니 나와 白鷗(백구)

白鷗(백구)야 헌사하랴 못 미들손 桃花(도화) 로다

桃花(도화)야 떠나지 마로렴 漁舟子(오주자) 알가 하노라.


청량산 열두 봉우리를 아는 것은 나와 흰 갈매기뿐이다.

흰 갈매기야 시끄럽게 떠들 리가(그래서 다른 사람이 이 곳을 알게 할리가)있겠느냐만. 못 믿겠는 것은 복숭아꽃이다.

복숭아꽃아. (강물에) 떠서 아래로 흘러가지 마라아다오, 어부가 (너를 보고 이 곳을) 알까 (걱정)하노나


주차장에서 매표소를 거쳐 산행을 위해 진입하는 도로에 가을 단풍이 한창이다.


 

 

 

산행기점은 입석바위 아래 응진 전 입구이다.


 

 

산행은 지형 상 이 응진 전으로 가는 길을 시발점으로 해야 쉽게 비경 곳곳을 구경 할 수 있다.


입석 안내판에서 급경사 사면 길을 따라 5~6분 올라가면 청량사 1.0km, 입석 0.3km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좌측 아랫길은 청량사로, 오른쪽 길은 응진 전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산 꾼의 집을 들르기 위해 왼쪽 쳥량사 방향으로 잡았다.


삼거리에서 10여분 걸으면 청량산 깊숙한 산자락의 품안에 자리 잡은 아주 오래되고 호젓한 절집이 나오는데 이곳이 청량사이다.


 

 

 

 

청량 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원효대사가 세운 절로 연화봉 밑 가파른 산기슭의 높은 축대위에 자리 잡고 있어 아래에서 보면 산봉우리와 어울린 절집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아름답다.


청량사를 중심으로 하여 왼쪽의 거대한 암봉은 연화봉이며..


 

 

연화봉 정상 왼쪽 바로 옆에 삐죽이 귀처럼 솟아오른 암봉은 향로봉

오른쪽 3시방향의 뭉툭한 암봉이 내청량의 주봉인 보살봉(자소봉)이다.


청량 사에 도달하기 전 오산당과 안심당(산 꾼의 집)이 나타난다.


 

 

오산당(吾山堂)이란 우리 집 산이란 뜻으로서 실제로 이 오산 당뿐 아니라 청량산 전체가 이씨 문중 소유로 되어 있다 고한다.


 

 

단청을 하지 않아 한결 맛이 고풍스런 오산당 옆에는 이씨 문중 사람으로서 영양 산악계의 대부 역을 해왔던 이대실 씨가 15년째 산 꾼의 집을 꾸며 살고 있다.


 

 

 

 

약차 한잔 그냥 들고 쉬었다가 가시라는 팻말에는 아무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

팻말 그대로 이대실 씨가 달여 놓은 약차 한잔 마시고 그냥 가셔도 좋다.

설령 배가 고프다고 하면 라면도 그저 끓여  준다고 하니 도인이 따로 없는듯하다.

사진을 찍는 동안 아!! 행복하다고 외치는 폼이 영락없는 도인이다.


청량사를 둘러보고 우리는 경일봉을 거치지 않고 자소봉으로 바로 올라가기로 했다.

산 꾼 의집 삼거리에서 북쪽 윗길로 가노라면 다시 삼거리가 나오는데 우측 김생 굴 까지는 가까우므로(100m) 김생 굴을 다녀오자.


 

 

김생 굴을 오는 동안 철계단에서 찍은 사진이다.


 

 

 

 

김생 굴은 신라의 명필 김생이 수학했던 곳으로 전한다.

돌담 안 이 좁고도 궁색한 곳에서 무려  10년간을 서도에 정진했다는 김생은 왕희지에 필적할 만한 천하명필이자 해동서성(海東書聖)으로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김생 굴에서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 오는데,

옛날 김생이 이 굴에서 9년 동안 서도를 닦은 후 스스로 명필이라 자부하고 하산할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한 여인이 나타나 자신도 9년 동안 길쌈을 했으니 솜씨를 겨뤄 보자고 했다.

이리하여 컴컴한 어둠 속에서 서로 솜씨를 겨루었는데 길쌈해 놓은 천은 한 올 흐트러짐이 없는데 반해 김생의 글씨는 엉망이었다.

이에 김생은 다시 1년을 더 정진한 후 세상에 나와 명필이라 칭송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김생 굴을 되돌아 나와 5~6분을 걸으면 오작교가 나온다.


 

 

오작교에서 연화 봉을 보고 찍은 사진이다.

 

오작교에서 25분을 숨이 턱에 차게 더 걸으면 의상봉과 자소 봉이 나누어지는 삼거리에 닿는데 우측은 자소봉 가는 길이다.

청량사에서 보살봉 까지는 1km남짓 되지만 워낙 가팔라서 1시간 가까이 각오를 해야 한다.

청량산은 외유 내강형의 산이라더니 언뜻 보면 부드러워 보이지만 속으로 들어오면 만만찮은 암산이다.


이 구간을 힘겹게 오르면 자소봉 정상 옆 20m 깎아지른 절벽위에는 널찍한 암반이 펼쳐져있고 작으나마 소나무 그늘도 있다.


 


이곳에 오르니 발아래 조망이 끝내준다.

 

 


 

 

 

 

 

 

 

 

 

 

 

 

 

 

정상 쇠사다리를 되내려와 조금만 더 가면 곧 탁필 봉이다.


 

 

높이 40m쯤 될까? 상상하기에 따라서는 먹을 듬뿍 묻혀 세워둔 거대한 붓처럼 보일 것도 같다.


 

 

탁필봉 앞에서 뒤를 돌아보니 이웃한 방금 지나온 자소봉이 이렇게 생겼다.

 

탁필봉 바로 다음의 연적봉은 사방으로 조망이 트였고 나무 그늘도 자소봉 보다 다소 짙어서 쉬며 경치를 구경하기엔 더 낫다.


 

 

 

 

 

연적봉 정상 쇠사다리를 내려 돌아가면 뒤실고개..

여기서 종주를 마치고 청향사로 내려 갈 수 있다.

하지만 의상봉 정상 조망을 놓치면 후회할일..


뒤실고개에서 가파른 능선 길을 따라 오르면 795봉 꼭대기다. 이 봉을 넘자마자 앞에 깊은 안부가 보이고 그 뒤에 놓은 절벽을 가진 암봉이 서있다.


 

 

이것이 자란봉(821m)이다.

굵은 밧줄이 설치된 폭 1m남짓 되는 바위 협곡 지대에 이어 계단 길을 지나면 자란봉 직전 안부다. 


앞을 보면 거대한 자란봉 암벽이 숲과 어울려 앞을 막고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100m쯤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길목엔 의상봉 0.6km. 40분 자소봉(보살봉) 1.3km 1시간30분. 육각정자라는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삼거리 길목에서부터는 또한 만만찮은 경사의 바위길이 시작된다.

폭이 2~3m 바위 협곡에 이어 쇠사다리를 10분 남짓 오르면 앞이 트이는 능선 위다.

능선너머 널찍한 내리막길이 있는데 이 길을 따라 잠간만 내려가면 안내판이 선 안부다.


안부에서부터 전상까지는 또 급경사길

이어서 평평한 평지를 만나면 이곳이 정상이다.


정상 왼편 살짝 비켜서는 아상하게도 잘 정비된 산소도 하나있다.

이곳까지 모시기까지는 쉽지 않은 바위 협곡지대를 올라야 하는데 명당 터를 찾아서 이곳까지 모신 것일까? 신기하기만 하다.


막상 정상 주변에는 숲에 가려 조망이 좋지 않지만 봉우리 정상 주위가 약 200m이며 측면사방(側面四方)은 만장절벽(萬丈絶壁)의 단애(斷崖)로 둘러 쌓여있다.

정상치고 조망이 별로이니 정상을 지나 곧장 100m쯤 내려 가보자.


거기에 기막힌 조망터가있다.


 

 

청량산 남서쪽 일대의 기암들과 가파른 산록, 그리고 푸른 낙동강 물줄기가 저 멀리 까지 막힘이 없어서 가슴이 시원스레 씻기는 곳이다.


 

 

 

여기서는 이산이 그저 저 앞산들 보다 더 높기 만한 것이 아니라 하늘에 따로이 떠올라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조망대 절벽 경계로는 쇠울이 설치돼 있고 왼쪽 옆엔 큼직한 소나무가 서서 그늘을 드리우고 있으며 가파른 절벽위이니 솔바람이 끊이질 않는다.

이곳 조망대 옆의 소나무에서 동쪽으로 곧장 내려가는 하산길이 있다.

우리는 조망을 한 뒤 발길을 돌려 정상 전 자란봉 남쪽 안부의 갈림 길목까지 가서 육각정자 계곡 길을 택했다.


이제까지는 흩어져서 왔지만 정상에서는 만나 정상 사진을 남겨야한다.


 

 

간단한 정상주도 나누어 먹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지금 시간이 1시40분

입석에서 10시에 산행을 시작 했으므로 3시간 40분간 산행을 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