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

비박산행기.. (이응호님) ; 1부

범주 2006. 5. 11. 10:18
 

산행일자 : 2006년4월29일~30일

비박장소 : 산음 휴양림

산행코스 : 산음 휴양림 - 1004봉 언저리 임도산행

산행시간 : 5시간20분(먹는 시간 까정) 

참가인원 : 11명


산행 다녀온 후기 쓰는데 무슨 소설 쓰는 것도 아닌데 점점 더 시간 내기가 여의치가 않다.

비박 다녀온 뒤로 벌써 두개의 산을 더 다녀왔으니 이게 무슨 후기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비박에 함께했던 인순 씨가 맛깔스런 후기를 올려 주셔서 내가 따로 올릴 필요도 없겠지만 어차피 내 블로그에 기록은 하는 마당에 여러분의 귀한 사진을 돌려주는 기분으로 스크랩 해 드리오니 뜸한 게시판 땜질용이라고 생각하시고 읽어 주시면 고맙겠다..--;;

D-day가 며칠 남아 있지만 우리의 연락책 핸갱이는 개인 준비물과 공동 준비물이 무엇이라는 메시지를 간간이 보내면서 그날을 잊지 않게 해준다.

출발 당일인 토요일은 출근을 한 뒤에 점심도 거른 채 집으로 왔더니 전날 시장보고 꾸려서 대기시켜 놓았던 암수 한 쌍의 배낭은 얌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번 불암산 비박 때 30Kg이 넘는 배낭을 가지고 갔다가 고생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어제 저녁 저놈을 꾸리고 나서 체중계에 무게를 달아 보았더니 오른쪽 것이 25.9Kg 이었고 왼쪽 것이 15Kg 이었다.

이정도면 배분이 잘 되어서 산행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작년에도 몇 번 장기산행을 실행에 옮겼지만 올해는 최소한 한달에 한번 꼴은 이놈들과 친해져서 장기산행을 해야겠다고 마음 굳혔기 때문에 특별히 정을 많이 쏟아야 할 연놈(?)들이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이 연놈들을 들쳐 메고 청량리를 향해 지하철로 이동을 했다.

청량리 역 광장에는 떠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설렘이 늘 있다.

내가 아는 반가운 얼굴 몇몇도 그 무리 속에 있었고 4시가 되니 전원이 그 무리 속에 속하게 된다.

11명의 건각들이 떠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우리에게는 떠난다는 것은 결코 끝이 아니라 시작인 것이다.

정확하게 4시15분..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며 자축의 건배!!

우리가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지 모르는 주변 분들에게는 잠시 죄송스러운 행동이었지만 열차 여행에서 여행 분위기의 작은 소란은 묻혀버리기 일쑤이다.

이러한 순간이 무척이나 좋다.

민정 씨의 배낭 소품으로 나온 뽀빠이 과자와 삶은 계란이 여행의 설렘을 대신 말해준다.

통닭과 함께 먹는 캔 맥주는 와 이리 시원하던지..^^

훈제 통닭위에서 노는 민첩한 손놀림들이 부산하다.

엊그제 장비 장만해서 처음으로 따라나선 인순 씨는 내 마음만큼이나 들떠 있을 것이다.

1시간 20분 걸리는 여행길이 빨리도 지나간다.

이시간이 좀더 지속되어도 좋으련만 벌써 우리의 목적지인 용문 역에 도착을 했다.

여기서 산음 휴양림까지는 버스로 이동을 해야 한다.

시골 버스 정류장이란 것은 기다림이 있는 곳이다.

기준 배낭이 놓여지면 자연스럽게 오와 열이 맞추어진다.

누군가가 이 모양이 비박의 질서인 각이라고 했던가..??

배낭을 쌀 때 각부터 잡아서 모든 행동과 모양이 각이 잡혀야 한단다.

용문 시골 정류장에도 젊은 학생들의 낙서 문화는 있었다.

이곳에서 산음 1리 까지는 40분이 걸린다.

목적지인 산음 휴양림을 가기위해선 이 산음 1리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우측 길로 들어서야 산음 휴양림 가는 길이다.

그길로 들어서면 쭉 예쁜 논둑길을 계속 가게 된다.

정류장에서 15분 걸으면 산음 휴양림 입구에 도착을 하게 되고 ..

망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었는데..

어떻게 해야 이런 추상화가 찍혀지는걸까??

나도 제대로 된 사진하나 건지려면 덕규에게 사진 찍는 법부터 가르쳐 주어야겠다..--;;

우리가 터를 잡은 휴양림 데크에 도착했을 때에는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각자 잠자리부터 준비해놓고 공동으로 저녁 만찬 준비에 들어간다.

각자가 약속 없이 준비해온 음식들이 셀 수 없이 많았지만 대충 사진 찍힌 메뉴들만 꼽아보자.

오만가지 재료가 들어간 된장찌개다.

이건 처음 보게 되었던 강된장 이었고.

무려 5Kg 이나 되는 돼지고기를 보쌈용으로 삶는 중이다.

고구마와 함께 익는 것은 춘천 닭갈비

비박 때마다 빠지지 않는 제기동표 주꾸미

범주 씨가 삭히기만 했고 누구의 집에서 여기까지 옮겨졌는지 아직도 알 수 없는 홍어

달래도 무치고..

그리고 각자 집에서 공수해온 밑반찬과 김치와 야채는 한 앵글에 담을 수가 없을 정도다.

이 음식을 중심으로 11명이 데크 하나에 올라앉으니 딱 정원인가 싶다.

다음번에 추가 인원 신청이 들어와도 이 데크가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비박 충원은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분위기 무르익으면서 모두 잔을 한곳으로 대어보고..

각자가 화제 만발하면서 밤은 점점 깊어가니 벗들의 얼굴도 더욱 행복하게 변하고 있다.

현경 이는 너무 예쁘니까 빼놓고 아줌씨들만..^^

보쌈 요리는 제일 늦게 완성되었다.

저 옆에 고기 삶는 코펠은 웬만한 솥보다 큰 코펠이다.

저기에 삶았던 고기는 그날 다 어디로 들어간 것일까??

고기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야채만 좋아하는 박대장인데 실수로 야채 속에 고기가 좀 썩여 들어갔던 덜 너무 많은 양이고..

나도 안주로만 몇 점 먹은 기억밖엔 없고..

그렇다고 그날따라 젓가락이 없었던 범주 씨가??..--;;

그렇다!!!!

범주 씨는 그날 분명 젓가락이 없었다.

다만 집게가 있었을 뿐이다.

젓가락 예기가 나왔으니 그날도 젓가락의 전설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