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 이틀째 순례단은 구례군 산동면 심원마을에서 출발하여 성삼재 관광도로를 따라 걸었다.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에서
구례군 광의면 천은사로 이어지는 729번 지방도로는 2차선 포장도로로 관광을 목적으로 개설되었다. 1960년대 마지막 빨치산 토벌을 위한
군사도로였던 이곳은 1998년 5월 지역개발과 관광이라는 명분 아래 포장되면서 지리산국립공원의 대표적인 훼손사례로 꼽히고 있다. 당시 성삼재를
이용하는 연간 관광객은 도로개설 전보다 7배가 넘어 300만 명이 넘었고, 1998년 이전 2-3만 명이었던 노고단 관광객의 인원은 이후 8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성삼재 관광도로 건설 이전에는 화엄사에서 코재로 4시간 이상 올라야하는 가파른 등산길이었으나 이제는 관광버스로
성삼재휴게소에서 40분이면 오른다. 오직 인간만이 조금 더 편리하고 빠르게 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관광도로이다. 이 도로로 인해 생태계 단절로
인한 심각한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동물들이 도로로 이동하다가 죽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지리산 생명연대에서는 2003년부터 성삼재도로를
느리게 걸으면서 지리산 관광도로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 걷기를 통해 지역의 셔틀버스 운행과 야생동물이 많이 다니는 야간에
차량통행을 금지하는 등 생태화 도로를 만들어야함을 주장하였다. 우리가 자연을 더 잘 느끼기 위해서는 더 느리게 더 낮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로 산을 정복하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속도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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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례 이틀째. 출발 전 운동으로 어제의 피로를 푸는
녹색순례단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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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고단으로 향하는 순례단원의 발길을 잡는
운해 | |
노고단은 정원이 아니라
자연이다.성삼재에서 포장된 시멘트 도로를 타고 노고단으로 향했다. 노고단은 지리산국립공원의 서부 관문으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아고산대 생태계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아고산대 생태계 지대는 1500미터 이상 고산지대에 아름다운 초지대를 말한다. 1년 중 약
300일이 구름 속에 잠기기 때문에 정상의 빼어난 절경은 호락호락 일반인에게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1950년대 이후는 군부대 주둔지로서
훼손되어 왔고, 1988년 성삼재 관통도로 개설과 함께 몰려드는 탐방객들로 한때는 65%이상이 풀 한포기 없는 나지로 변한 적도 있었다. 이에
1991년부터 자연휴식년제 지역으로 지정하고 1995년부터 식생복원공사를 벌인 끝에 현재는 150여종의 다양한 식물이 살아 점점 회복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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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의 붐으로 인해 파괴되어 가고 있는 지리산의 단면을 보여주는 성삼재
휴게소 주차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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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삼재 휴게소에서부터 노고단까지 에코가이드들이 지리산의 식물생태에 관한 설명을 해
주었다. | |
그러나 파괴되기는 쉽지만 복원되기는 힘든
아고산대 생태계의 특징상 노고단이 완전복원이 되기 위해서는 짧게는 30년에서 길게는 10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고단은 풀 한포기 없는 땅을 아름다운 식물군락지로 만들어 인간이 망친 산을 인간이 다시 살린 대표적인 현장이며 최초의 생태복원을 한
곳이다. 현재 지리산국립공원 내에는 여러 곳에서 노고단의 경우처럼 훼손지 생태복원이 진행 중이다. 노고단 생태복원을 빠르고
쉽게 하기 위해 잘 자라는 관목 등을 심으면 되지 않는냐는 질문들이 많다고 한다. 이에 지리산 남부사무소에서 노고단생태복원을 담당하고 있는
장승준씨는 등반객을 데리고 노고단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가서 이런 말을 전한다. “노고단은, 지리산은, 정원이 아닙니다.
자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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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고단에서 지리산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지리산의 역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녹색순례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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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에서 화엄사까지 안개 낀 급경사의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고
있다. | |
반달가슴곰의 삶터를 돌려주세요!
지리산의 품에 안겨있는 우리는 단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떠나야 할 객일 뿐임을
생각하며 노고단에서 화엄사 계곡을 따라 종복원센터로 향했다. 종복원센터는 지리산에서 반달곰 복원사업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종복원센터에서는 방사곰의 전반적인 생태특성을 파악하고,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 지역주민과 탐방객들에게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반달가슴곰은 고조선 건국신화의 중심에 등장하는 동물로서 우리 민족의 전설과 정서에 깊이 녹아 있으며,
자연생태계 생명질서의 균형 유지자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현재 지리산에는 방사한 20여 마리의 곰중 16마리만 야생에서 살고 있다.
종복원센터의 한상훈 박사는 반달가슴곰 복원에는 많은 시간과 돈,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성급하게 결과를
기대하는 관계자들과 흥미 위주의 방송이 종복원에 가장 힘든 일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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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복원 센터에서 한상훈 박사님으로부터 지리산에 방사된 곰과 종복원에 관한
여러이야기를 듣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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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복원 센터에서는 지리산에 방사되었다가 회수된 곰들을 보호하고
있다. | |
지리산국립공원은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기 충분히
넓은 면적이지만, 각종 개발로 인해 반달곰 서식처의 상황은 날로 악화되어 좁아지고 있다. 지리산의 생태계를 단절 시키는 구례-하동간의 19번
국도를 포함한 지리산 국립공원내에 각종 도로와 하천생태계 변화와 파괴를 일으키는 댐건설, 나날이 증가는 관광객과 그로인해 늘어나는 각종 펜션
같은 위락단지. 이 모든 것들이 반달가슴곰이 살아야 할 서식처인 지리산을 파괴하고 있다. 물론 우리민족과 역사를 함께 해온 반달가슴곰의 멸종을
막고,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개체군을 복원하는 사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전에 지리산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각종 개발사업들을 막아
복원노력중인 반달가슴곰뿐 아니라 지금도 지리산 곳곳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며 살아갈 수 있는 삶터를 지켜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화엄사 주차장에서는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여 연등축제가 진행 중이다. 성삼재에서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에서 “쉿, 떠들지마세요-새끼를 낳아요” 캠페인을 하고 있었다. ‘야호’소리도 조심할 것을 등반객들에게 알리는 소리와
지리산 자락을 쩌렁쩌렁 울리는 노랫소리, 지리산이 품고 싶어 하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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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관광개발 바람 때문에 피폐해진 지리산 자락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원규 시인. | |
* 글
: 지리산 녹색순례 홍보팀
‘개발 해방구’ 구례 산동면 산수유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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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온천cc 골프장
2004년 9월 14일 밤 청년 40여 명이 조용한 산수유마을 사포를 덮쳤다. ‘불순분자
몰아내자’라는 현수막을 앞세우고 박운주(72세) 골프장반대대책위원장 집 마당에 난입 해 ‘빨갱이 박운주 오영자(위원장의 부인) 찢어죽일 년놈
나오니라’ 등 폭언과 함께 사포마을 주민을 무차별 폭행하여 마을주민 6명이 남원의료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골프장을 추진하는
지리산온천랜드가 조직적으로 동원한 용역이었다. 그런데 일은 어이없게도 거꾸로 진행되었다. 골프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개발업체인 지리산온천랜드의
명예와 영업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14건의 민․형사고소고발을 당하고 검찰과 법원에 불려 다녔다. 법의 올가미로 주민을 다시 묶어버린 것이다. 지난
폭우 때 지붕이 파손 돼 급히 지붕수리를 해야 할 한 주민은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온천랜드가 실시한 부동산가압류 때문에 대출이 안돼
지붕수리를 하지 못했다. 대대로 살아 온 고향을 지키기 위해 골프장을 반대한 것이 너무 큰 인권의 침해와 지역공동체의 붕괴를 부른 것이다.
전국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곳이 한 두곳이 아닌데 이 곳 지리산 자락의 조용한 산골마을에서 벌어진 상상을 초월한 가혹한 인권탄압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금 온천랜드가 추진하고 있는 지리산골프장은 국립공원으로부터 불과 170m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 골프장이 건설되면
남아 날 곳이 없다. 문제는 구례군의 개발업체와의 동업정신이다. 이미 2003년 온천랜드의 골프장 예정지에 대한 벌목허가를 조건없이 허가했고,
허가 범위를 넘어 선 남벌을 눈감아 준 것이다. 지난 2월 19일 사포마을 주민과 광주전남골프장반대공대위는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환경부장관을
면담하고 지리산골프장에 대하여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주민은 개발업체가 진행하는 주민설명회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또한
지리산온천랜드 김종엽회장에게 주민에게 가한 폭력과 명예훼손에 대하여 공개사과하고 손해를 배상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그러나 김종엽 회장은
사과할 의사가 추호도 없음을 공개적으로 강변하고 있다. 실로 어이없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지리산 자락의 조용한 산골마을 사포주민들은 지금
권력과 자본의 폭력 앞에 벌벌 떨고 있다.
* 순례단이 지난 성삼재에서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의 골프장 건설현장이 보인다고 한다.
비록 이 날 짙은 안개에 가려 현장을 보지 못했지만 광주전남 녹색연합 정호 사무국장은 이 골프장 건설을 지역 최대 현안으로 꼽고 있다.
글 : 정호 광주전남 녹색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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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순례 둘째날 - 성삼재에서 화엄사까지]자연의 속도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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