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이야기

40대 중반에서야 느끼는 설악의 속내 (산행기)

범주 2005. 3. 13. 00:51

40대 중반에서야 느끼는 설악의 속내

 

# 일시 ; 2004년 11월 12일(금) ~ 13일(토) (1박2일)
# 산행 ; 오색 - 대청 - 중청대피소(1박) - 대청(일출) - 중청 - 소청 - 희운각대피소  - 양폭대피소 - 비선대 - 설악동
# 인원 ; 4명 (A씨 (서울,44세) 오지산행, 백두대간 종주 계획중
              B씨 (서울,44세) 분위기 메이커, 주류수배담당
              C씨 (수원,43세) 인도와 네팔 여행, 마라톤 연습중
             본인 (수원,45세) 얼렁뚱땅 나이순으로 회장으로 불림
# 날씨 ; 흐림
# 교통편 ; 버스

 

(2004년 11월 12일 금요)
04시 10분 총5명의 일행이 계획이었으나 한명이 사정상 산행을 못가신다고 연락이 와서 안타까운 마음에 잠이 훌쩍 달아남.
               배낭이나 페칭하자하고 일찍 기상 막내가 만들어준 주먹밥을 소중하게 넣고 배낭을 메고 수원  터미널로 이동

 

08시00분 수원터미널에서 속초행 원통경유 시외버스를 타고
              수원일행 C씨는 경찰청앞에서 승차하여 원통으로 이동.
              서울팀은 08시30분에 한계령경유 속초행 버스승차 이동

 

11시20분 원통도착 (원통~한계령 11시35분)

 

12시00분 한계령 도착
              서울일행과 조우하여 점심을 주먹밥, 비빔밥으로 해결후 커피한잔후  한계령매표소로 이동 이때가 12시40분쯤....
              어처구니 없는일이 일어났네 오전 11시까지만 입산이란다.
              다시 한계령 휴게소로 하산...
              누가보면 설악 대청봉 찍고 하산하는줄 알것네.
              지나가는 차량을 히치하여 오색으로 이동.

 

13시10분 오색 매표소를 지나 산행시작.
              오! 설악이여 "우리를 받아주시고 즐겁고 안전한 산행이 되게하여 주세요.

               절대로 교만하지 않고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라고 되네이며 한걸음 한걸음 설악의 품으로 묻어 들어갔다.
              사실 설악의 오색코스는 내가 꺼려하는 코스라서인지 옆광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많이 훼손된 등산로만 쳐다보며 안타까움에 한숨만 내쉬며 오르는데 왠지 스트레스..
              정상은 제일 빠르고 급히 오를수는 있지만 정말 멋이라곤 없지 않은가?
              거기에 날씨도 을씨년스럽게 흐려있고 단풍이 진 초라한 모습으로 비춰지니 이속마음을 감추려 일행과 대화를 하면서 산행을 하는 모습이 싫다.
              그러나 곧 마음을 다잡는다.
              나라도 제대로해 임마! 하는 자책과 함께 한발 한발....

 

14시45분 설악폭포 도착
              어제 비가 내렸다는데 수량이 많지 않군
              저번주에는 눈도 내렸다는데 어쩜 손바닥 만큼도 없니...
              다녹았어. 혹시 대청봉에는 있을지 몰라하는 기대감에 숨을 고르고 하늘의 초록색을 감상하며 설악에 파묻히자.
              너덜길에다 계단길에다 포근한 낙엽길에 따라 좋구나 좋아 설악이여..
              나의 거친숨과 땀과 에너지를 당신 품속에 토해내고 당신의 황홀한 내음과 기를 나의 품안에 주소서......

 

16시10분 A씨가 몸에 이상이 왔다. 팔과 다리가 저리고 힘이 빠진다.
             배낭을 벗어 등뒤에 바치고 다리를 높은 계단에 올려 편하게 혈액순환이  되게하니 괜찮다.
             멀리 중청능선과 대피소가 시야에 들어와 이젠 다왔다하고 안도감을 준다. 다행이다.

 

16시45분 옛산장의 콘크리트가 보인다.
              옛산님들의 열정과 환희 사랑이 숨쉬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서 설악의 선물인 내설악을 비추고 서쪽하늘 구름을 붉게 물들이며  내일을 기약하는 낙조가 우리를 환상여행으로 초대한다.
              아~~~ 신이여 이토록 멋진 광경을 주심에 가슴이 울컥 느끼며 그자체...

 

17시00분 대청봉 도착
              B씨는 20분 먼저 도착하여 다른 산님들 사진 찍어주고 추워서 완전히 동태가 되었네. 춥긴 춥지..
              외설악을 가슴에 담고 속초시내를 거쳐 동해안에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까지 보이네 정말 가슴이 트인다 트여..

 

17시30분 중청대피소 도착
              오늘 산행을 마치는 순간 방배정을 받고 숙소로 들어서니 먼저온 산님들이 2층 침상에서 족발파티 하고있네.
              먹고싶은걸 어떻해. 서로 인사하고 무조건 걸터 앉아 족발하나 집어들고 우리 안주 좋은 것 있으니 함께 먹어요하고 맛있게 먹고...
              식사하려 취사장으로 이동. 이건또 뭐야. 우리를 앞서 오른 산님이 삼겹살을 굽고있지 않은가. 먹을복도 많아..
              그런데 싱겁네 맛이~~~
              왜냐? 묶은 김치가 없어서. 그런데 내가 묶은 김치는 꼭 가지고 다니거든.
              기가막힌 삼겹살과 묶은김치 그리고 쐬주 한잔.....

              A씨의 낚지볶음, B씨의 씻은쌀, C씨의 밥솜씨, 족발팀의 김치찌개, 여주팀의 삽겹살, 총각들의 짜장, 본인의 생오징어 두루치기등 참으로 중국 만한전석  같은 만찬을 하며  경주에서온 초등생5,6학년과 아빠등, 중청대피소에 온 모든 산님들 하나가 되어.....
              바람을 쐬러 밖에나와 하늘을 보니 별들이 나와 데이트하고 행복함과 여기는 설악산 정상이야하는 흐뭇함에 오늘 안전산행에 대한 감사를하고 취침.

 

(2004년 11월 13일 토요)
03시 20분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다. 왜? B씨가 일명 주류담당..
               어설프게 취했는지 도통 잠을 안자. 일출을 보자고 3시 20분부터 보채네  일출은 7시10분인데 술이 덜깨서 돌아다니네. 미치겠네. 환장하것네.
               C씨도 한숨도 못잤다네. 아휴~~ 저걸 취해서 떨어지게 했어야 했는데 술이 엄청 쎄구만...

 

06시45분 대청봉에 오름
              일출이 구름에 걸쳐 멋진 오리지날 일출은 아니었지만 붉은 덩어리가  올라오고 대청봉 표석을 비추는 광경에 환희. 소원들을 빌고 천불동계곡으로 하산계획을 잡아 8시10분에 하산시작

 

10시40분 희운각 대피소도착
              하산길에 바라본 공룡능선, 권금성, 만경대, 속초시내와 동해바다..
              그래 그러자구 흠뻑빠지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많이들 담아두자구. 

              잡으면  잡을수 있을것같은 암봉들이 마음을 이리저리 흔들어 놓고 가슴속에 뜨거움이 용출하는 느낌으로 한발짝도 움직일수 없을 정도의 짜릿한 맛이 전해오는 설악이여!!
              나이 사십 중반에서야 비로소 쪼금 정말 조금 느낄수 있는 설악의 속내......
              이맛이야! 이맛 때문에 설악에서 나는 지금 울부짖고 뜨거운 가슴을 열어 보이는 거야. 설악이여 나를 받으소서..

 

12시50분 천당폭포 도착
              철계단도 오늘은 예쁘게 보이고 오밀 조밀한 조그마한 담소를 따라 흐르는  계곡수는 오케스트라의 향연이오....

 

13시15분 양폭대피소 도착
              참나원 기어서 와도 이보단 빨리 오지.
              그러나 다들 취했어. 설악에 취했지. 암 취해야지.
              지금은 맛배기야. 지금부터 더욱더 취하지 하며 기대감을 갖고..
              시원한 막걸리가 입맛을 돋우고 천불동계곡에 대한 여행은 계속진행.

 

14시30분 오련폭포 도착
              입들이 벌어지는구만.. 하기야 오늘 날씨가 멋진걸.
              날씨에도 색이 있어서 정말 계곡과 어울리는 환상적인 날씨.
              우리는 휘몰아치는 계곡을 보면서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마감하는 삶까지의 여정을 생각하며 반성하고 가네.
              40여일전에 여기를 비를 흠뻑 맞으며 왔던곳인데 그때는 내가 시인이 되고 오늘은 작가가 되네.
              요밀조밀 빚어낸 광경속에 다람쥐도 뛰놀고 낙엽이 떨어지며 물소리가 장단 맞추는데 어찌 감정이 복받치질 않겠나?

 

15시40분 귀면암 도착.
              너덜길이 조금 이어지는 길목에서 큰 바위돌위에 돌탑을 한개씩 쌓고 다음 에 이곳에 오면 꼭 보고가기로 약속들 하고...

 

16시50분 비선대 도착.
              비선대 철교를 넘어가면서 아~~~~~
              8시간이나 산행했구나. 허나 시간이 무슨 소용있나.
              설악에 빠졌으면 됐지.
              휴게소에서 비빔밥, 황태해장국, 파전, 동동주로 식사겸 하산주로 안전산행에 대하여 감사하고 멋진 추억을 되새기며 설악동으로 이동.

 

PS.이번 40대들의 산행은 서로 면식이 없는 산님들이 만나 설악의 참맛을 느끼고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산행하기로 결정.
         주제는 설악의 속내를 조금이라도 느껴보자고하여 역시 설악의 속내는 모르지만 여러 산행중에 조금 느낀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모두 함께한 A씨, B씨, C씨 그리고 주관하셨지만 동행을 못하신 수원에 KCH씨께 감사하고 오래 간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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